자주 인용되는 문장과 번역할 때의 포인트
널리 알려진 문장은 보통 다음과 같은 형태로 유통됩니다.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한국어로 옮길 때는 단순히 “더 잘 실패하라”로 압축되기도 하지만, 원문의 리듬(짧은 문장, 반복, 단절감)이 의미의 일부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번역은 한 문장으로 매끈하게 만들기보다, 끊어 읽는 호흡을 어느 정도 살리는 편이 원문의 체감을 전달하는 데 유리합니다.
또한 “Fail better”는 “실패를 미화하라”가 아니라, 실패가 반복되는 조건을 전제로 하되 ‘그 반복의 방식’을 바꿔보라는 쪽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독자의 해석이며, 한 가지 뜻으로 고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디에서 나온 문장인가
이 문장은 아일랜드 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후기 산문으로 알려진 「Worstward Ho」(1983)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절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케트는 연극과 소설 모두에서 실험적 형식과 극도로 절제된 언어로 잘 알려져 있으며,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도 언급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을 “자기계발 격언”처럼 접하지만, 출발점은 문학 작품 내부의 문장이라는 점에서 읽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학적 맥락에서 읽을 때 달라지는 의미
베케트의 글에서는 ‘성취로 향하는 직선적 서사’보다, 진전과 후퇴가 뒤섞인 움직임, 말과 침묵의 경계, 반복되는 시도 자체가 주제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Try again / Fail again”은 희망 고문처럼 들리기도 하고, 반대로 ‘어쨌든 계속되는 시도’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하는 문장처럼도 읽힙니다.
즉, 이 문장이 주는 힘은 “실패하면 성공한다”는 약속이 아니라, 성공의 보증 없이도 반복되는 시도를 언어로 압축해 놓은 데서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독자에게는 차갑고, 어떤 독자에게는 이상하게 위로처럼 다가옵니다.
이 문장은 ‘특정 목표 달성’을 보장하는 조언이라기보다,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는 현실을 전제로 한 문학적 진술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따라서 개인의 상황(건강, 생계, 안전, 관계 등)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와 결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기부여 문구로만 소비될 때 생기는 오해
이 문장은 짧고 강하게 끊어지는 구조 때문에 “바로 실행하라”는 구호로 전환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실패의 비용을 지워버리는 오해: 현실의 실패는 시간, 돈, 건강, 평판 같은 비용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 반복 자체를 미덕으로 고정하는 오해: 같은 방식의 반복은 학습이 아니라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더 잘 실패”를 성과 압박으로 바꾸는 오해: 실패마저 평가 대상으로 만들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문장을 현실에 적용할 때는, “계속해!”라는 단순한 채찍으로 쓰기보다 반복을 어떻게 다룰지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으로 바꾸는 편이 안전합니다.
현실 적용: “실패를 다루는” 실용적 해석
이 문장을 실용적으로 읽는다면, 핵심은 “더 많이 실패하라”가 아니라 실패를 데이터로 바꾸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아래는 과도한 자기계발식 단정 없이, 일상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관점들입니다.
1) 실패의 원인을 ‘나’가 아니라 ‘조건’에서 먼저 찾기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면, 의지나 성격보다 환경(시간대, 정보 부족, 협업 구조, 제약 조건)을 먼저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Fail better”는 ‘더 유능해져라’가 아니라 ‘조건을 바꿔보라’로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2) 실패의 크기를 줄이는 설계
큰 베팅을 반복하는 대신, 되돌릴 수 있는 작은 실험으로 쪼개면 실패가 남기는 손상이 줄어듭니다. 이때 “Try again”은 무작정 재도전이 아니라 리스크를 조정한 재시도가 됩니다.
3) 회복을 실패의 일부로 포함하기
반복되는 시도에는 휴식과 회복도 포함됩니다. 실패를 견디는 능력은 때로 ‘근성’이 아니라 회복 루틴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의미를 정리하는 비교 표
아래 표는 이 문장이 흔히 소비되는 방식과, 맥락을 고려할 때 달라질 수 있는 읽기를 비교해 정리한 것입니다. 정답을 고르는 표가 아니라, 해석의 방향을 점검하는 표로 보시면 좋습니다.
| 구분 | 흔한 소비 방식 | 맥락을 고려한 읽기 | 현실 적용 시 주의점 |
|---|---|---|---|
| Try again | 무조건 재도전 | 다시 시도하되, 조건을 재설계 | 시간·비용·안전 한계를 먼저 설정 |
| Fail again | 실패는 성공의 전단계 | 실패가 반복되는 현실을 인정 | 소진 신호(수면, 건강, 관계)를 무시하지 않기 |
| Fail better | 실패도 잘해라(성과 압박) | 같은 실패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기 | ‘더 잘’의 기준을 외부 평가로만 두지 않기 |
더 알고 싶다면 참고할 만한 자료
작품과 작가의 배경을 더 알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공신력 있는 정보 페이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링크는 정보 확인 목적이며, 특정 해석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정리
“Ever tried. Ever failed… Fail better.”는 짧고 강한 문장 덕분에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격언처럼 보이지만, 원래는 문학 작품의 언어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단선적인 성공 서사로 환원하기 어려운 결을 갖고 있습니다.
이 문장을 유용하게 쓰려면 “실패를 미화”하거나 “근성만 강조”하기보다, 반복되는 시도 속에서 조건을 바꾸는 법, 실패의 크기를 설계하는 법, 회복을 포함하는 법처럼 현실적인 관점으로 옮겨 보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해석이든 개인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적합성이 달라질 수 있으니, 결론은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